[중구인물여행]동인천 마지막 종묘상, 이병환
nar_오전 7시 50분, 제작진과 8시 30분에 만나기로 하시고선 일찍 문을 연 이병환 선생님. 하루 일과의 시작은 가게 내에 보관하고 있던 모종들을 길거리에 전시하는 일이다. 잘 자라라고 물을 주면서 오늘 하루 많은 손님이 찾아오길 기대해 본다.
가게 오픈을 마치고 하시는 말씀 “커피 한 잔 합시다!” 커피를 마시면서 나누는 본격적인 이야기들.
int_신농종묘상 초창기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_참외전거리에서 장사한다고 하면 명함만 내면, 어디가서 밥먹어도 외상해주고 그랬었어요. 얼굴도 몰라도... 인천에서는 최초의 상가지대이니까...
_80년대초, 1980년부터 (장사를) 시작했는데 선배님들이 계셨었죠.
_지금은 마지막으로 들어오셔서 마지막으로 나가시는 건가요?
_그렇죠. 없어요. 하나도... 주안에서 자전차로 왔어요. 그때 5시, 5시30분에 출발하면 (손님들이) 여기 쭉 줄서있으세요. 예나 지금이나 농민들은 술심으로 일들을 많이 하시니까, 오시면 소주 한 잔씩 드리면 좋아라 하셨지! 하!하!하! 옛날에 다른 사업하시던 분들이 가끔 들리시면, 꼬부랑 할아버지가 다되었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양반들이 지나가시다 들리셔서 하는 말이 “야! 지금까지 하냐!” 그러면 제가 “아니, 배운 것 없고 이것밖에 모르는데 집에 있으면 핀잔을 먹으니까, 여기와서 가게 보는 거야!” 그렇게 농담하고 그래요.
nar_인터뷰 중 첫 손님 방문. 8시30분에 첫 손님이라니 오늘 스타트가 좋으십니다~~~
_이건 특수한 고추입니다. 많이 달리고 병충해에 강하다고...
_여기요? 다른 가게 갔다가 고추가 없어서 지나가다 들리고 가끔 비료같은 것도 삽니다.
_별도로 한번 씌워보세요. 다른 가게에서 사신 것과 비교를 한 번 해보세요.
nar_손님에게 끝까지 자세한 설명을 하시는 이병환 선생님의 모습에서 전문가의 포스가 느껴진다. 계속되는 손님들의 방문. 키우는 작물에 대한 자세한 처방은 필수이다.
_여기 뚜껑으로 1/3!
_그러면 이것 가지고 엄청 많이 뿌리겠네!
_한 달에 두 번씩 주세요. 이 만큼씩만 타세요. 물 한 되에.
nar_손님이 가신 후 시작된 독서타임. 잔잔한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과 함께 삼매경에 빠져드셨다.
int_독서광이 되신 이유와 목표는?
_아~ 이러고 앉아있는 것 보다, 멍청하게 속태우고 있는 것보다 책이나 보자 해서는...
_만 권인가, 만페이지 읽으시는게 목표라면서요?
_예. 만페이지. 1년에 10,000 페이지를 목표로 보고 있는데 금년같은 경우는 지금 현재 1월부터... 너무 많이 읽었다! 오늘까지 13,220페이지 읽었는데...
_아! 벌써 10,000페이지 넘으셨쟎아요?
_그게, 13,220페이지!
_올해 20,000페이지 넘으시겠네요?
_아니, 앞장보고 나서 뒷장보면 기억이 안난다니까요! 하!하!하!
nar_또 다른 손님의 방문. 자세한 설명은 변함이 없다!
_과일나무에다 많이 쓰면 좋아요. 이것은 청벌레, 고추같은 것에...
nar_끊임없이 이어지는 손님들의 방문. 선생님! 장사 잘 안되신다면서요~~~
nar_한바탕 손님폭풍이 지나가고 지인의 방문. 과거 참외전에서 청과물상을 하셨던 선배님이시다.
nar_선배님과의 담소도 나눌 틈없이 밀려드는 손님들의 끝없는 방문!
_나눠서 조그마한 비닐조각에 놓으세요! 그러면 모여들어서 죽는다는 말입니다.
_어르신! 이 심부름이라도 해야하지만 밥 얻어먹으세요? 하!하!하!
nar_끝내 선배님은 집으로 돌아가신다.
_(조심히)들어가세요!
nar_또다른 지인의 방문. 그러나 갑자기 잡음이 너무 심한 라디오.
-아이, 라디오 수리 하는 곳이 없나? 수리해야 하는데...
_(라디오도) 나처럼 늙어서 그래... 오래되어서...
nar_슬프게도 라디오를 자신과 동일시 여기신다.
int_이병환 선생님과 언제부터 아셨는지?
_그전부터 오래전부터 알아요. 매일 오다시피 했는데 병나고서부터 뜸하지...
_난 5월달에 초상이 3군데 있었네. 결혼이 5군데.
_난 중앙시장 친구들 다섯인가 다 죽었어. 다 죽어서 이제 갈 곳이 없어. 어떻게 약속한 것처럼 다 죽었어...
_여기도 하나도 없어. 아는 사람이...
nar_초상과 결혼 이야기에 얼굴은 웃고있지만 대화가 점점 무거워진다.
_라디오가 안나오네. 안 나와...
nar_계속된 라디오 주파수 맞추기. 그러나 나아질 기미는 안 보인다.
nar_그러다 도착한 새 카세트 라디오. 제작진이 선생님을 위해 준비한 작은 선물이다.
_어서오세요!
_감나무에 약 좀 치려하는데...
nar_새 라디오를 제대로 뜯기도 전에 한바탕 몰려든 손님들.
_진딧물 약은 있어요?
_어디 쓰실 거예요?
_살구나무요.
_어서오세요.
_열무씨 있죠?
_예. 예.
nar_잠시 여유가 생긴후 설치한 새 카세트라디오. 너무 즐거워 하신다.
_오늘 굉장히 손님이 많네요! 제작진이 오셔서 그런지 손님이 몇 배 됩니다!
nar_저희 때문에 손님이 많다고요?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int_찾아온 어르신들은 어떤 분들이신가요?
_방금 사간 양반이 연세가 91인가? 처음에 오신 양반이 83, 중간에 지팡이 집고 오신 양반은 79인가 될거고, 제가 74인데. 나보다 선배들이시니까, 그나마 찾아오셔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고...
nar_갑자기 전화가 왔다.
_그게 몇 년 하시다 보면은 잔디가 완전히 형성이 되쟎아요? 그러면 다른 씨앗들이 날라 오더라도 발아를 못합니다. 땅에 못 박히니까. 잡풀이 많이 안생겨요!
nar_전화로 하는 상담도 자세한 설명은 필수!
nar_ 이번에는 비교적 젊은 분이 찾아왔다.
nar_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보여주면서 증상을 설명한다.
_눌러보셨어요?
_만지면 가루같은 것이던데요? 하얀 것이던데 묻으면 엄청 가렵더라구요.
nar_이어지는 증상에 대한 자세한 답변.
_이건 깍지벌레라는 겁니다. 이 하얀 것이. 곰팡이처럼 달라붙어 있어요. 그래서 실제로 눌러보았나 물어본 것입니다. 하얀 화장지같은 걸로 눌러보면 불그스레한 것이 나타납니다. 아직은 어리지만, 이것도 자랍니다.
_벌레가 기어다닙니까?
_아니요. 딱 붙어 있습니다. 그것을 잡는 것이 이겁니다.
nar_손님이 뜸한 시간. 다시 시작된 독서타임.
nar_이번에는 자월도에서 농사를 짓는 지인이 찾아오셨다.
nar_또다시 이어지는 손님들의 폭풍러시
_예... 이만큼만 타세요!
_잎이 우글우글해졌어요? 살균제 약 있어요?
_무슨 나무예요?
_나무는 여러 가지...
nar_또한 모종들에 대한 오후 물주기도 잊지 않는다.
nar_아침과는 반대로 모종을 가게에 들여다 놓는 것이 끝이다.
nar_기분 좋은 하루를 마치고 나서는 이병환 선생님!
_오늘 고생하셨습니다!
_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nar_선생님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int_앞으로의 신농종묘상의 미래는?
_계획도 안세워지고, 비전도 없고, 되는대로 심심풀이로 나와 있는 거죠.
_힘되시는데까지 운영하실 건가요?
_그렇죠. 이 지역도 개발하고 있쟎아요? 그래서 불안해 집수리도 안하고 있어요. 매일 투닥투닥, 개발한다하니까 불안하죠. 그래서 엄두가 안나는 거예요. 물건을 사입할 수 도 없고, 또 팔리지도 않고, 이래가지고는 안돼요. 물론 사람 능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제는 활동력이 있어야 해요. 배달도 해주어야 하지만, 전 이제 힘이 없어요. 앉아서 오시는 손님만 쳐다보고 있는 현실이라 방법이 없어요...
nar_예전에는 종묘상을 하려면 국가공인자격증이 필요했었다. 당시 그들은 식물치료사이면서 약사였기 때문이다. 그정도로 중요한 사업이었다. 그러나 현재 강화를 제외한 인천에서 5개의 종묘상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중에서도 70대가 운영하는 종묘상은 이곳 신농종묘상 밖에 없다. 빠른 시대흐름 속에서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는 옛 것들. 하지만 사라질지언정 잊혀지지 않아야 할 것들이 아직 우리 주위에는 많다.
등록일 : 2015-06-19조회 : 5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