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카페 "잎새바람" 피서여행
아니 이 깊은 산속에 “무인카페”가 웬 말, 사람 래왕이 많은 곳이라면 모르겠는데, 이 지역을 오가는 사람들이라면 대개 “백두대간” 산행을 하는 산 꾼들이 대부분일텐데 장사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호기심에 강원도 동해시 이기로 319에 위치한 ‘잎새바람 무인카페’ 도착과 함께 먼저 카페를 찾았다. 카페에는 주인장이 어디서 수 천점도 넘는 그 많은 옛날 희귀 소품들을 수집해 장식해 놓았다. 그러다 보니 마치 내가 ‘그때 그 시절 속으로’ 회귀 한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당연히 요즘처럼 전자 문명이 넘쳐나는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아련한 향수를 느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심상치 않은 무인카페 ‘잎새바람’ 주인장의 발상이 우리네 보다 한 시대를 앞서 보며 사는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분위기에 빠져들어 우리 일행들도 무인카페 잎새바람 차 한 잔을 맛보기 위해 카페를 찾았다. 입구를 들어서자 정말 주인이나 관리인이 일체 보이질 않는다.
‘차를 어디서 어떻게 마셔야 하는 것일까.’
이리저리 휘둘러보니 귀퉁이 한편에 주방이 보인다. 거기에는 다양한 차가 준비되어 있고, 옆에는 전기 포트도 있고, 가스레인지도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는 대추차 한 잔씩을 타 다실로 나왔다. 그런데 두 개의 다실로 된 한곳에는 60여 년 전 초등학교에 다닐 때 본 “풍금”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 음악 선생님인 막내 동서가 누가 시키기라도 한것처럼 앉아 풍금 연주를 시작한다. ‘오빠 생각, 고향의 봄’ 등 연주에 맞춰 우리는 합창으로 노래를 불렀다. 마치 우리들만의 작은 음악회를 연 기분이다. 그렇게 차를 마시고, 돈은 어디 내야 하는지 몰라 또 다시 둘레둘레 사방을 찾아 본다. 주인이 없으니 물어볼 수도 없다.
한 참을 찾다보니 현관 입구 기둥에 손때 묻은 두툼한 작은 나무 궤짝으로 된 통이 하나 매달려 있다 그리고 그 통에는 “양심통 1인 3,000원”이란 글이 이곳을 다녀간 손님들의 낙서 글로 쓰여 있다. 차를 마시고 동서, 처제들과 점심 식사 자리에 잎새바람 안 주인장 마님을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하다 물었다.
‘아니 카페에 주인도 없이 어떻게 장사를 하냐’고 그랬더니,
‘주인장 왈 이곳은 대부분 아는 사람들, 또는 한두 번 다녀간 사람들이 단골로 찾는다고 한다.’ 별일이다.
‘아니 그럼 차를 마시고 돈 안내고 가는 사람은 어떻게 하냐.’ 고 또 물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요. 고객의 양심을 믿으니까.’ 그런 걱정은 안한다고 한다.
안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도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손님, 더러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친구들과 함께 찾아오는 손님등 몇 팀이 들락날락 다녀간다. 그런데도 안 주인장은 아무렇치도 않게 우리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신선한 충격이다. 요즘같이 험악한 세상에서도 무인카페가 운영 된다는 것이 신기하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예사롭지 않은 풍경을 본 동서와 처제들도
‘형부 우리 올 여름 피서 여행 형부 덕택에 너무너무 좋은곳’에서 하는 것 같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흐믓하다.
등록일 : 2015-08-05조회 : 3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