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세월 잡을 수 있나요
청파와 함께하는 7인 모임인 먼동회(일만성철용선생님, 윤대균, 김봉묵, 사장환, 김용섭, 노승안, 윤도균)가 2015 한 해를 보내며 그간의 못다한 이야기도 나누고, 더 낳아가 대망의 2016년을 더욱 알차고 보람있게 맞이 하기 위하여 2015년 12월 20일 만나 가볍게 서울둘레길 4~2구간을 걷고 간단히 송년회를 하자는 “먼동회지기” 김봉묵님의 소집령에 따라 우리 회원들은 이날 오전 11시 사당역 3번 출구에서 만났다.
우리들 만남이 늘 그래듯이 이날도 모임의 어른이신 일만선생님의 언제 들어도 싫치않은 구수한 사람사는 이야기와 고장 유래 등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림보 거북이 걸음으로 서울둘레길 4~2구간 사당역에서 서울시민의 숲 공원까지의 구간 둘레길을 걷는다.
“오늘도 걷는다만 청처없는 이발길” 왕년의 가수 백년설 선생의 노래말이 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네요. 가다가 힘들면 곳곳에 잘 조성된 정자와 벤취에 앉아 두런두런 그동안의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걸망에 짊어지고간 막걸리 잔을 그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순서 따라 꿀꺽꿀꺽 잘들도 마시며 갑니다.
얼마쯤 걸었을까 우면산 정상에서 아래로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서너개의 골짝이를 지나는데 골짝이 온통 사방공사 석축구간으로 이어진다.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자세히 살펴보니 이곳이 2011년 7월 27일부터 우리나라 중부지방에 막대한 양의 비가 내리면서 큰 피해가 났던 서울특별시 서초구 우면동 형촌마을과 전원마을 그곳이다. 그때 갑작스런 산사태로 고귀한 생명 18명이 사망해 말도 많았던 곳이다.
아픈 상처의 골짝이를 뒤로 하고 예술의 전당이 저 만큼 아래로 내려다 보이고 그런가 하면 이 추운 겨울에도 아무렇치도 않은 듯 싱그러운 표정으로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잣나무숲오솔기도 지나 늦게까지 지지않은 갈대숲 우거진 구간도 지나려니 갑자기 앞서가던 일행들이 코스를 놓쳐 되돌아 온다.
마침 근처를 지나는 둘레길 걷는 아줌씨 일행들에게 물으니 서울시민의 숲 방향으로 가는길이 어디냐고 물으니 자기들 가는쪽이라고 했으면 헤메지 않았을 것을 마치 잘 아는 사람들처럼 웬쪽으로 가면 된다고 한다.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얼마쯤 가다 보니 오마이갓, 얼토당치도 않게 서울특별시 인재개발원 담장길이다.
심통쟁이 아줌마들이 길을 잘못 가르쳐 줬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아줌마들에 대한 원망이 나온다. ‘잘 모르면 모른다고나 할것이지’ 아는척하고 서투르게 가르쳐줘 낭패를 주다니, 그렇다고 먼동회 남자들이 가던길을 멈추고 그대로 중간에서 가던길을 멈출 수 없는 것 아니지. 마침 우리들 곁을 지나는 또 다른 남자분에게 물으니 인재개발원 안으로 들어가서 다시 우면산 정상쪽으로 한참을 올라가다 울타리 쪽문을 나서서 좌측으로 가야한다고 한다.
으이그 그 아줌씨들 땜시 쓸데없는 시간만 약 30여분 알바를 하고 나서야 드디어 정상적인 우리의 목표 서초시민의 숲 구간 둘레길 코스를 제대로 간다. 양재시민의 숲 “매헌윤봉길 기념관” 앞에서 우리 7인의 먼동회 사내들은 계획했던 서울둘레길 4~2구간 걷기를 모두 마친다.
그러고 보니 어영부영 오후 3시가 지났다. 알바한 시간 포함해서 4시간을 걸었다. 일만 선생님 차고 계신 만보계가 15,000보를 더 걸었다고 알려준다. 이어 우리들은 양재시민의 숲 아트쎈타 인근 “삼육지”라는 고깃 집에서 “형님 먼저 아우먼저” 건배를 나누며 2015년 송년회를 모두 마치고 귀가길에 오른다.
등록일 : 2015-12-21조회 : 2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