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 맞고 걸었네 남산 성곽길
그런데 하필이면 크리스 마스날이다. 그런데 가족과 함께는 그렇타치고 교회도 안가고 나 홀로 산행을 떠나는 것이 맴이 편치않다. 그래서 아내와 가족들이 깰세라 아침은 생략하고 조용조용히 산행을 다녀오려 위해 걸망을 챙기고 있는 참이다.
그런데 뜻밖에 아내가 깨어 주방에서 덜거덕 거리며 음식을 준비하는 소리가 난다. 가슴이 뜨끔한다. 날 위한다면 그냥 못보척하고 더 잠이나 자주는 것이 부조인데... 아내의 마음이 내 생각같지 않았나 보다. 그덕에 설날도 아닌데 생각지도 않게 떡국을 한 그릇 뜨끈하게 끓어내며 한 소릴 한다.
‘아니 이렇게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뭔, 머리풀일이 났어요. 산엘가게...’
아내의 그 한 소리에 찔끔한다.
그런데 마침 야간 근무를 마치고 이른 아침 귀가하는 큰 아들넘도 엄마 말에 동조해 ‘아버지 지금 밖에 비 엄청 많이 오는데 어딜 가세요.’
그러자 아내가 덧붙여 또 한 소릴 한다.
‘야 아범아 그냥 냅둬, 니네 아부지가 한다면 하는 사람인데 우리가 말린다고 안갈 사람이냐.
그냥 냅둬‘ 한다.
그런 아내와 아들의 말에 잠자꼬 있으면 비위나 거슬리지 않았을텐데, 나도 한 소릴 한다. ‘야 아들아! 그럼 넌 비온다고 밥 안먹냐?’ 너도 한번 생각해봐라 이미 오래전에 일행들과 약속한 산행인데, 갑자기 비온다고 빠질수 없는 것 아니냐? 며 떡국을 허겁지겁 먹고나 걸음아 날 살려라 서둘러 집을 나선다.
나도 다 안다. 아내와 아들의 만류속에는 비를 맞고 산행을 떠나려는 지아비의 안전을 고려해서 한 말이란 것을 ...
그 바람에 친구들과 약속 시간보다 좀 더 이른시간 현관문을 쾅 닫고 쫒기듯 집을 나선다. 14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현관문을 나서니 아들의 말처럼 정말 장대비가 억수같이 내린다. 정말 마음같아선 뒈 돌아서고 싶은 마음도 없지않다.
하지만 사나이 가는길에 포기는 없다. 그렇게 시작된 이날의 산행은 수도권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 산10-33)에서 오전 10시 일행들을 만났다. 잠시 비도 그을겸 홈에서 커피를 한잔하고 한강진역 1번 출구를 나온다.
등록일 : 2017-12-25조회 : 1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