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못한 길, 백두산에 두고 온 아쉬움
해발 2,750미터, 민족의 영산 백두산. 그 이름 앞에 서면 늘 가슴이 벅차오르곤 했다. 내 나이 여든을 넘어 다시금 그 품에 안기고자 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감히 천문봉에 발자국을 남기리라 다짐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아름다운 인천여행 산악회 동행들과 함께, 2025년 5월 19일부터 23일까지, 4박 5일 여정의 하이라이트, 바로 백두산 천문봉 도전이었다.
돌이켜보면 백두산은 내게 아주 낯선 산은 아니었다. 2012년 8월 31일, 그때는 지금보다 젊었던 예순아홉의 나이로 서파 코스를 통해 백운봉까지 트래킹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의 벅찬 감동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었고, 못다 이룬 천문봉 정상을 밟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를 이번 도전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백두산 산행을 앞둔 전날 밤, 야속하게도 백두산 일대에 많은 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거짓말처럼 천문봉을 오르내리는 교통편이 모두 끊겼다고 했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아, 어찌 이리도 무심한가. 평생 덕을 쌓아도 모자랄 판에, 삼대가 덕을 쌓아야 백두산 천지를 볼 수 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을까. 마지막 힘을 모아 도전하려 했던 내 간절한 마음을 하늘은 왜 몰라주는 걸까.
결국, 천문봉 정상의 설렘 대신 깊은 아쉬움을 가슴에 안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멀리서 웅장하게 쏟아져 내리는 장백폭포를 망원 렌즈로 당겨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것이, 내 생애 마지막 백두산 등정 도전의 끝이었다.
아쉽다. 너무나 아쉽다. 이제 다시 이곳에 올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을 텐데... 남겨진 미련과 허무함만이 무거운 짐처럼 어깨를 짓눌렀다. 집으로 돌아가면, 그때 그 옛날 백운봉에 섰던 사진을 꺼내봐야겠다. 그때의 기쁨과 지금의 슬픔을 함께 간직하며, 이 불발로 끝난 도전을 기록으로 남겨야지. 백두산, 내게 마지막 아쉬움을 남긴 영산이여.
등록일 : 2025-05-26 21:45:18조회 : 27